역세권인데 장사가 안 되는 거리가 있다. 유동인구 수치와 실제 매출이 어긋나는 곳이다. 지나가는 사람과 머무는 사람은 다른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역에서 쏟아져 나온 수천 명이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통과하는 거리를, 우리는 "입지가 좋다"고 불러왔다.
역세권이라는 말은 반경의 언어다. 300미터, 500미터 — 원을 그리고 그 안이면 좋은 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은 반경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은 경로로 움직인다. 역의 출구가 어느 방향으로 나 있는지, 퇴근길이 어느 골목으로 꺾이는지, 횡단보도가 흐름을 어디서 끊는지에 따라 같은 반경 안에서도 어떤 거리는 강이 되고 어떤 거리는 섬이 된다. 반경은 지도 위에 있고, 경로는 땅 위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유동인구 대신 체류를 본다. 상주인구와 직장인구가 배후의 두께를 말해주고, 집객시설이 사람이 모이는 이유를 말해주고, 시간대별 매출 분포가 그 거리가 하루 중 몇 시간을 사는지 말해준다. 이 층위들을 겹치면 유효수요 — 실제로 지갑을 여는 수요 — 가 드러난다. 배후가 얇은 역세권보다 배후가 두터운 이면도로가 나은 경우는, 예외가 아니라 흔한 일이다.
데이터와 직관이 충돌할 때 우리는 데이터를 먼저 의심하고, 그 다음 직관을 의심한다. 데이터에는 잡히지 않는 것들이 있다 — 개통 예정인 노선, 이전을 준비하는 대형 사업장, 거리의 세대교체 같은 변화의 전조. 반대로 직관에는 과거가 산다 — 한때 좋았던 거리에 대한 기억이 현재의 판단을 대신하려 든다. 결론은 하나다. 숫자는 현재를 말하고 현장은 조짐을 말하니, 둘 다 들어야 한다.
그리고 입지는 바꿀 수 없지만 프로그램은 바꿀 수 있다. 상권이 약한 입지에는 상권에 기대지 않는 용도 — 일부러 찾아오는 목적형 업종, 주거, 오피스 — 가 답이 되기도 한다. 최유효이용은 언제나 입지와 프로그램의 함수다. 나쁜 땅은 생각보다 적다. 잘못 쓰이고 있는 땅이 많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