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2021년 서울시가 도입한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구역 지정에 걸리던 시간을 실제로 줄였다. 5년 안팎이던 지정 기간이 평균 2년 7개월로 단축됐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계획 수립 단계에서 공공이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하고 심의를 통합한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대상지는 2026년 초 기준 200곳을 넘어섰다. 여기까지가 성과다.
이제 다른 숫자를 보자. 2025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신통기획 전체 사업장 약 190곳 가운데 사업시행인가에 도달한 곳은 3곳이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마친 곳은 단 1곳.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세 곳 중 하나꼴, 조합설립 인가는 다섯 곳 중 하나에도 못 미쳤다. 깔때기의 입구는 넓어졌는데, 출구로 나온 물은 몇 방울이다.
왜인가. 신통기획이 단축한 것은 행정의 앞 구간이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의 진짜 병목은 그 뒤에 있다. 분담금 앞에서 갈라지는 주민들, 권리산정기준일과 공공기여를 둘러싼 갈등, 그리고 급등한 공사비와 이주비 대출 규제라는 금융의 벽. 2026년 들어서는 동의서 징구를 멈추거나 다른 사업 방식으로의 선회를 검토하는 구역들이 나타나고 있다. 계획은 그려졌는데 사업이 서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정책의 오래된 착각이 드러난다. 속도는 정책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병목이 정한다. 계획을 아무리 빨리 그려줘도, 조합원의 분담금이 감당 범위를 넘으면 주민은 움직이지 않는다. 정비사업의 시계를 돌리는 것은 행정 절차가 아니라 분담금 고지서다. 앞 구간을 2년 줄여준 제도가 뒤 구간에서 5년을 잃는다면, 그것은 속도의 정책이 아니라 착시의 정책이다.
그리고 200곳이라는 숫자 자체를 물어야 한다. 모든 곳이 후보지가 되면 어느 곳도 우선이 아니다. 한정된 행정력과 시장의 수용 능력 위에 후보지만 늘려가는 것은, 기대감이라는 부채를 도시 전역에 발행하는 일이다. 그 부채의 이자는 사업이 멈춘 구역의 주민들이 지불한다 — 오르지도 팔리지도 않는 집에 묶인 채로.
필요한 것은 앞 구간의 속도가 아니라 뒤 구간의 구조다. 분담금의 조기 확정과 투명한 검증, 공사비 분쟁의 조정 장치, 이주 단계의 금융 경색을 푸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다 되게 해주겠다는 약속 대신 될 곳을 고르는 용기. 계획이 빨라진 도시에서, 삽은 왜 느려졌는가 —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다음 5년의 성적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