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도시론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우리는 왜 개발을 하는가

지난 세대의 개발에는 공식이 있었다. 사람은 늘고, 도시는 커지고, 지으면 팔렸다. 입지가 조금 어긋나도 성장이 덮어줬다. 그 공식 위에서 한국의 도시가 지어졌고, 그 공식 위에서 시행이라는 업이 만들어졌다.

그 전제가 끝났다. 인구는 이미 줄기 시작했고, 출산율은 세계가 참고할 전례가 없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성장이 덮어주던 실수를, 이제는 아무도 덮어주지 않는다.

그런데 축소는 균질하게 오지 않는다. 총인구는 줄지만 가구는 쪼개진다. 세 집 중 한 집이 혼자 산다. 사람은 줄어도 필요한 집의 형태는 늘어난다. 그리고 수요는 흩어지는 게 아니라 응축된다 —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걸어서 생활이 되는 동네로, 관리되는 자산으로. 비어가는 도시와 모자란 도시가 같은 나라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 이것이 축소의 실제 모습이다.

그래서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어디에 지을 것인가"만큼, "어디에 짓지 않을 것인가"가 개발의 실력이 됐다. 수요가 사라질 자리에 지어진 건물은 준공하는 날부터 도시의 부채다. 우리는 그런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을 너무 많이 봤다. 숫자는 낙관으로 채워졌고, 분양만 끝나면 그 낙관이 맞았는지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축소 시대의 개발은 정확해야 한다. 정확하다는 것은 두 가지다. 수요가 실재하는지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 그리고 그 수요가 흔들려도 사업이 성립하도록 출구를 먼저 설계하는 것. 우리가 공공 매입 구조의 주거를 개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팔릴 것이라는 기대가 아니라, 매입이 약정된 상태에서 짓는다. 확정된 출구 위에서 움직이면, 남는 에너지를 공간의 질에 쓸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개발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총량의 업에서 정밀함의 업으로 바뀔 뿐이다. 다음 세대의 도시는 더 큰 도시가 아니라 더 정확한 도시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오래 사랑받을 수 있게. 우리는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를 지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