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분석의 첫 줄에는 대개 유동인구가 온다. 을지로3가 상권의 일평균 유동은 9만 6,000명이다. 하루 10만에 가까운 사람이 지나는 거리 — 이 숫자만 보면 무엇을 열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이 평균은 을지로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을지로는 하나의 평균으로 요약될 수 없는, 세 개의 상권이 같은 주소 위에 겹쳐 있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을지로는 리테일 포사이트의 을지로3가 상권 — 중구 을지로동 — 기준이다.)
첫 번째 상권은 평일 낮에 산다. 리테일 포사이트는 이 상권의 유동 성격을 "오피스"로 분류한다. 그 성격은 객단가에 그대로 찍혀 있다 — 가중평균 1만 5,786원. 저녁의 상권이라면 나올 수 없는, 점심 한 끼와 커피의 가격이다. 상권 월매출 합은 추정 284억 원, 점포 수는 1,120개. 나눠보면 점포당 월 2,500만 원 수준이다. 화려한 숫자가 아니다 — 두꺼운 낮의 수요를 많은 점포가 잘게 나눠 갖는, 박리(薄利)의 상권이라는 뜻이다.
두 번째 상권은 데이터의 모순 속에 숨어 있다. 이 상권의 집객력 등급은 C, 지수는 14에 불과하다. 백화점도, 대형 집객시설도 없는 거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모멘텀 지표는 "상권확장"을 가리킨다. 집객시설 없이 확장하는 상권 — 이 모순의 이름이 힙지로다. 사람을 끌어오는 것이 시설이 아니라 골목 자체인 상권. 노가리 골목과 간판 없는 술집들은 집객력 지수에 잡히지 않지만, 확장 모멘텀에는 잡힌다. 낮의 을지로가 배후 수요의 상권이라면, 밤의 을지로는 목적지의 상권이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흐름이 이 위에 겹쳐지고 있다. 외국인이다. 월 기준 외국인 방문·체류는 5만 3,471명. 상권 내 외국인 대상 숙박업소는 109곳, 객실로 5,072실이고, 최근 6개월 사이에만 숙박업소 24곳이 새로 생겼다. 여섯 달에 스물네 곳 — 자본은 이미 이 흐름에 베팅하고 있다. 외국인 소비 규모는 월 135억 원으로 추정된다(추정모델 기준). 공구와 인쇄의 거리 위에 직장인의 점심이 겹치고, 그 위에 힙지로의 밤이 겹치고, 이제 그 위에 여행자의 시간이 겹쳐지는 중이다.
겹침은 활력처럼 보이지만, 데이터는 긴장도 함께 보여준다. 가중 폐업률 5.8%, 공실률 7.6% — 확장 모멘텀의 상권치고 낮지 않은 숫자다. 확장과 퇴장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고, 이것이 세대교체의 데이터적 형태다. 새 술집이 들어오는 골목의 옆에서 공구상의 셔터가 내려가고 있다. 임대료는 3.3제곱미터당 32만 원인데 실거래가는 평당 2,404만 원 — 이 거리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재의 임대 수익보다 먼저 자산 가격에 실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래서 을지로에서 "일평균 9만 6,000명"을 믿고 들어온 임차인은 셋 중 어느 상권과도 만나지 못한다. 점심의 상권에 들어가려면 1만 5,000원의 객단가와 두 시간의 파도에 모든 것을 맞춰야 하고, 밤의 상권에 들어가려면 낮 시간의 임대료를 밤의 매출로 감당해야 하며, 여행자의 상권은 아직 지도가 그려지는 중이다. 을지로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가게들은 상권이 나빠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평균을 믿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여기까지 말해준다. 데이터가 말해주지 못하는 것 — 어느 골목까지 밤의 확장이 닿았는지, 새로 생긴 숙박의 손님들이 저녁을 어디서 보내는지, 셔터 내린 공구상 자리에 무엇이 들어오고 있는지 — 는 발이 확인할 몫이다. 우리는 그 답을 들고 이 거리로 돌아올 것이다. 데이터 레터는 서울의 거리를 이렇게 한 곳씩 읽어가는 연재다. 다음 호의 거리를 제안하고 싶다면, hello@sfd.kr.